[오서윤의 양조장 투어 6] 아우라지 풍경까지 마시는 정선의 '여량양조장 '

오서윤 | 입력 : 2017/06/08 [12:28]
여량 양조장에 인근한 논에 모내기가 한창이다.    ©오산시민신문

 

넉넉히 물을 댄 논에 갓 모내기한 어린 벼들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긴다. 그 모내기 한 논에 이웃해 여량양조장이 자리잡고 있다. “정선 아우라지 생 막걸리”라는 문구와 함께.

 

세 가지 종류의 막걸리를 담아낸 사진이 낯선 이의 방문을 반긴다. 양조장 앞에 주차된 3대의 배달 트럭이 여량양조장의 술이 얼마나 인기 있는지를 말해준다. 배달용 탑차를 5대나 운영하고 계신다니 기대 이상의 큰 규모였다.

 

▲   양조장 입구에 대표 막걸리 3종이 담긴 좀 오래된 듯한 사진이 자리하고 있다.  © 오산시민신문

 

▲   양조장 앞에 주차되어 있는 냉동탑차, 각지로 막걸리를 수송하려 대기 중이다.  © 오산시민신문

 

여량의 주인, 박기자 대표님께서는 인사말보다 앞서 딱 이 시기에나 맛 볼 수 있는 보리멸과 함께 술을 내어 주신다. 할아버지 대에는 '정선양조'라는 이름으로, 아버지 대에 '여량양조'로 새로운 간판을 내 걸고 현재까지 3대째 양조를 하고 계신데, 현재 군에 가 있는 아들이 제대하는 내년엔 양조업을 함께 하기로 해 곧 4대째 양조를 가업으로 이어가실 계획이라고 말씀하시며 내 비친 자부심에 박수를 보내드렸다.

 

“여량”이라는 이름은 식량이 남는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정선하면 떠올리는 산지 위주의 척박한 고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이곳은 식량이 풍부했던 곳이었다는 사실이 관심을 끈다. 정선은 조선의 창업에 반대하던 고려의 충신들이 숨어든 장소로도 유명하다.

 

은둔생활을 하며 나물을 뜯고 먹고 살았던 심경이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읇었던 한시가 민간에 뿌리내리며 정선아리랑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곳은 남한강을 따라 목재와 현지의 산물이 물길을 따라 서울까지 운송되었다고 하니 이 곳이 얼마나 번화한 곳이었는지 규모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아직도 뗏목터가 남아있다. 예로부터 산 좋고 물이 맑아 소풍 장소로도 유명했고, 아우라지라는 지명도 정선을 지나는 물줄기와 관련이 있다. 구절리에서 흐르는 송천과 삼척의 중봉산으로부터 흐르는 골지천이 이 곳에서 합쳐져 어우러진다는 의미로 “아우라지”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

 

자연스레 사람들이 모여 북적였을 고장이다. 정선 아리랑이 여기 저기서 불려졌을 아우라지의 풍경을 상상하며 정선아리랑 한 자락 배워보는 것도 큰 재미이다. 여량 양조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정선아리랑 전수관이 있어 정선아리랑을 배워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강원도 무형문화재 1호이고, 유네스코 인류문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정선아리랑 가사를 음미하며 구성진 가락을 따라 부르다 보면 그 옛날 물길을 건널 수 없어 서로 애타게 그리워했다던 처녀, 총각의 전설도 가까이 느껴진다. 매해 10월에는 정선아리랑제가 열려 정선아리랑 경창대회와 민속행사가 어우러져 펼쳐진다.

 

▲    꼼꼼히 선택해 매입한 국내산 옥수수 알곡이다. © 오산시민신문

 

이 같은 자연조건 속에서 술을 빚어 내는 여량양조장의 술은 강원도의 대표적 농산물인 옥수수를 이용해 만들어진다. 대표적으로 옥수수 막걸리는 ‘나 옥수수 술이야!’라고 말해주듯 노란 색의 돋보이는 포장을 하고 있다.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수작업으로 막걸리를 내고 계시는데, 그냥 마셔도 약수같은 청정지하수를 이용한다. 옥수수 역시 국내산만 고집하시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옥수수 가격이 너무 비싸서 놀라웠다. 비싸지만 포기하지 않고 좋은 재료를 써서 막걸리를 빚으시는데, 소비자들이 잘 알아주지 않는 점이 못내 서운하신 눈치다.

 

여량양조의 옥수수 막걸리를 맛보면 여타 옥수수 막걸리와 재료가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옥수수가 원료라 기대하는 인위적인 고소한 냄새와 옥수수의 맛은 덜하지만 대신 좀 덜 달고, 옥수수의 은은한 구수함 그리고 청량감도 적당하여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들이키게 되는 맛이다. 알곡으로 수매한 옥수수는 양조장 한 쪽 공간에 마련된 방앗간에서 직접 분쇄하여 사용한다.

 

▲ 여량 양조 박기자 대표님이 알곡 상태의 옥수수를 분쇄하여 그 가루를 보여주고 있다. ©오산시민신문

 

양조장을 둘러보며 술 빚기의 전과정에 섬세한 관심과 손길이 닿지 않는 과정이 없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그들을 ‘애기야~’라고 부르지만 술을 빚는 사람들 눈엔 발효조에서 보글보글 익어가는 술덧이 자식과 같이 느껴진다.

 

여량양조장의 발효실에서도 자식과 같은 술들이 각 발효조에서 경쟁하듯 열심히 열심히 익어가고 있었다. 독특한 점은 덧술에 넣는 전분의 교반 타이밍이었다. 또 하나의 배움을 얻고 종국실이며 발효실 목조벽에 기록된 메모들을 보면서 참으로 정겨운 방식으로 술을 빚어내시는 여량 양조에 푸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을 조심스레 공개해 주신 박대표님께도 감사한 마음이다.

 

발효실 안에서 익어가고 있는 옥수수 막걸리의 모습이다.    © 오산시민신문

 

황기막걸리는 대표님을 닮아 꽃분홍으로 단장을 한 모양이다. 대표님 또한 마트에 가실 때마다 노랑, 분홍의 산뜻함을 뽐내며 진열된 여량 막걸리 병이 눈에 띄게 화사해서 마음에 드신다고 수줍게 말씀하신다. 소녀같으시다. 황기막걸리 역시 은은한 황기의 향이 오래 입안에 맴돈다. 약재이지만 과하지 않은 황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아쉽게도 더덕 막걸리는 맛보지 못했다.

 

요즘 마크로비오틱이며 자연식이며 MSG를 넣지 않은 건강식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음식 뿐만 아니라 술의 선택에 있어서도 좀 더 까다로운 기준으로 골라 마시는 문화가 아쉬운 시점이다.

 

밖에서 먹는 음식을 먹으면 물을 많이 찾게 된다. 대개 단맛과 짠맛, 자극적인 조미료들로 승부를 보기 때문이다. 술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달리 말하자면 소비자의 혀를 속이기 위해 여러 합성 첨가물을 넣게 되는데, 술을 마실 때에도 표시성분을 꼼꼼히 살피고 가급적이면 정직하게 빚은 술, 몸에 해로운 합성감미료나 첨가물을 넣지 않은 술, 적어도 이런 것들이 덜 함유된 술을 골라 마시는 풍토가 자리잡으면 좋겠다.

 

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며 좋은 식재료를 사고, 그런 식당을 골라 이용하는 노력은 많이 하는 반면 술의 선택에서는 그 기준이 엄격하지 않음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술에 첨가되는 합성물질들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지 않는 이유도 한 번쯤 생각해 볼 부분이다.

 

술이라는 것이 물론 몸에 좋지 않지만 적당한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는 술을 선택하는데 소비자의 지혜를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오서윤  © 오산시민신문

 

 

 

 

 

프리랜서

master@osa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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