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산책 21] 절름발이

서정택 | 입력 : 2017/07/18 [20:10]

 

▲    홍학기 , 2017 목탄화       © 오산시민신문


절름발이

                안병석

 

땅만 보고 걷는 중에
돌멩이 하나를
걷어찼다. 구두 한 짝이
공중제비를 돈다 싶더니
강물에 거꾸로 처박힌다

발 하나가 익사체로 가라앉고
남은 발이 절름발이가 된다
꼴이 우스워 남은 구두를
마저 처넣을까 하다가 참는다

발걸음이 짐일 때
벗어 놓는 일 쉬운 일 아니다

익사체가 된 발 하나가
슬픈 눈으로 강바닥을 만나고 있을 거다

맨발 하나가
한생의 부끄러움으로 절룩거린다

 

[시인프로필]

- 경기도 오산 거주
- 한국한비문학 등단
- 한국한비문학 작가협회 문학상 시 부문 대상

 

=============================  시          평  ===============================

 ‘다정하다’ 혹은 ‘다감하다’는 말은 사랑의 물레를 잣는 일이 다반사인 이들에게는 생소하지 않은 말일 것이다. 입을 열어 말하지 않아도 이미, 그렇게 젖어들고 있기 때문 일 텐데「절름발이」는 남겨진 삶이 바라보는 함께 하지 못한 그 어떤 삶의 편린에게 보내는 슬프고도 다감한 은유일 수 있겠다.

 

안병석 시인은 오산시문학회 회원이다. 필자도 명색으로는 같은 문학회의 회원인데 어찌 보면 유령회원에 속한다고도 볼 수 있다.‘돌멩이 하나’를 걷어찼는데, 그것이 내 삶의 ‘절름발이’가 될 줄은 나도 몰랐다.

 

‘강물에 처박힌’그 무엇인가만을 아쉬워하며 지내다 보니 육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잘되면 내 탓이고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왜곡된 시선으로 ‘강물에 처박고' 보낸 날들이 ‘부끄러움으로 절룩거리는’ 아픔이 될 줄은 나도 몰랐던 사실…, ‘마저 처넣을까’하기 전에 초록 물때를 만났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안도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긴 하다.

 

참으로 다행하고도 다행한 일이 생겼다.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을 만난다는 것은 그만큼 내 삶의 ‘맨발 하나’에 비단구두를 신겨 주는 일인데, 안병석 시인의 시를 만난 오늘 아침이 다감해서 좋다. 

 

▲ 서정택.     © 오산시민신문

 

 

 

 

 

 

서정택 시인

2013 중앙시조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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