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경자 위원장, "궐동재개발 반대운동은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고자했던 주민들의 힘이다"

공경자 | 입력 : 2018/01/25 [17:16]

 


오산시민신문에서는 2018년 새해를 맞아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및 인사들에게 인터뷰 형식을 빌어 각 전문분야에 맞추어 질의한 내용을 차례로 싣는다. 다음은 궐동재개발해제를 위한 주민비상대책위원회 공경자 공동위원장의 인터뷰 내용이다.   -오산시민신문 편집자 주


 

▲ 공경자 궐동재개발해제를 위한 주민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오산시민신문

 

1.궐동재개발 반대운동으로 인한 주민들의 피로도가 상당할 텐데 지금까지 지치고 않고 해지를 원하는 지역주민들과 여기까지 온 원동력을 말해 달라?

재개발로 인해 성실하게 살아온 개인의 역사가 부정당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분노의 정서, 한편으론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고자 고군분투했던 간절함이 첫 번째 원동력이다. 그러나 분노란 불꽃처럼 타오르고 꺼질 수 있다. 분노가 꺼진 틈새를 자본권력이 파고든다는 것을 인식했기에 모두 한마음이 되어 더 애를 썼다. 진심을 함께 나누었고, 사람과 사람이 나눌 수 있는 위로와 공동체의 튼실한 연대감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깨달았던 시간들이다.


분노를 신뢰의 연대감으로 승화시킨 주민들의 힘이 모든 상황을 끌고 왔다. 그리고  그 힘은 앞으로도 버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어떤 형태의 권력이든 권력은 ‘민’을 다스리는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오고 있기 때문에 각 권력들의 일반화된 매뉴얼이 있다. 일반화된 매뉴얼의 프레임을 깨고 궐동 주민들이 인권과 상식을 외쳤다.


1987년 6월 항쟁이나, 2016년 촛불혁명처럼, 작은 마을 궐동에서 2017년 소단위의 혁명이 있었다. 프레임을 만들어 권력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그 프레임을 깨고 한 계단 진보하는 사람들이 있다.
 

2. 처음 재개발을 찬성하는 주민들은 어떤 심정으로 찬성했다고 생각하나?

심정이 있었을까 싶다. 한 마을에서 오래 함께 살아왔던 조카 같고 동생 같던 이웃이 여기저기 금이 가고 먼지가 흥건한 헌집을 주면 깨끗한 새 아파트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을 때, 과일이나 버섯박스를 들고 왔을 때, 설마 뉴스에서 보듯이 철거민 신세가 되어 마을이 온통 상처 가득한 울음바다가 될 수도 있으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재개발에 찬성했다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깨달았던 궐동주민들 대부분이 그렇다.  재개발 뉴타운은 대박광풍을 조성해 국민들에게 빚내서 집 사고 그 빚을 자손들에게 까지 물리려는 사기극이다. 사기를 당한 사람들의 고통과 절망을 온전히 개인의 선택으로 책임지게 하는 정책은 이미 정책으로서 존재 이유를 잃었다고 생각한다.

 

▲ 공경자 공동위원장 아래로 궐동시가지가 보인다.  © 오산시민신문

 

3. 재개발 해제를 할 수 있는 조례안이나 기준이 오산시에 없어서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들었다. 해제기준이이나 해제동의서가 구체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사업이나 정책이든 성공을 위한 플랜A가 있으면, 실패 할 때를 대비한 플랜B도 있어야 한다. 해제기준과 해제동의서는 더 이상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면 자칫 모든 것을 잃게 될 상황, 즉 실패의 상황에 이르렀을 때 시행해야 하는 플랜B다.

 

내 땅에서 하는 사업에 실제로 나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박탈감은 재개발 사업의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오산시는 법에서 명시한 지방정부의 조례나 해제 기준이 없었다. 해제기준에 맞춰 해제동의서를 접수하는 행위는 주민들이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다. 오산시가 늦게라도 주민들의 간절한 요구를 담아 해제기준을 만들어 주민들이 해제 동의서를 접수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다행이다.

 

4. 재개발 싸움에는 난투극이 난무하고 괴 소문에 휩쓸리기도 한다. 그동안 겪은 경험을 말해 달라.

재개발만 난투극이나 괴 소문이 있겠는가. 정치나 경제의 영역을 통틀어 전쟁이 있는곳은 어디든 난투극이 있지만 재개발 싸움은 특히 무협이다. ‘땅’을 지키려는 ‘민’이 있고, ‘땅’으로 이익을 남기고 재산을 불리려는 ‘자본권력’이 있다.

 

우리나라 자본 축적의 역사가 그래왔다. 부를 움직이는 있는 세력들이 ‘민’을 쥐락펴락한다. 거기에 편승하고자 하는 세력은 많지만 실제로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권력에 편승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눈치,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이권 세력들의 싸움이 재개발을 무협 난투극으로 만든다. 재개발은 특히 ‘민’의 주거권과 재산권을 재물 삼아 중간 이권을 취할 수 있는 사업이다. 전면철거와 전면개발에서 생기는 특정 집단의 이권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그 이상인 것 같다.

 

5.궐동 어르신들이 삶의 터전으로 죽을 때까지 지키고자하는 궐동은 어떤 곳인가?

궐동은 오래된 동네이다. 지금은 구궐동이라고 해야 사람들이 알아듣는다. 오산천이 인접해 있고, 역사성이 남아있는 오산의 대표적인 원도심 중의 하나이다. 6.25한국전쟁 후 피난온 사람들이 모여 부락을 생성했고 그 일부가 구궐동 마을의 한곳이다. 피닌 후 정착해 인생의 우여곡절을 궐동에서 겼었던 어르신들에게 동네는 삶의 기억 전체이다. 우시장이 열리고 장터도 열려 새 장터라 불리는 활기찬 동네였다. 지금의 새마을금고 자리에서 우시장이 열렸었다.


그 추억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몸과 마음의 고향을 내놓고 나가라는 사업이 재개발이다. 집이 역사고 집이 전부인 주민들이 그곳을 지켜내려고 하는 것은 절박한 당위이다.  그들의 인생역사를 전부 전면철거 하겠다니, 그것도 재산권을 반 토막 내는 ‘공익사업’을 적용해서 말이다. 횡포와 약탈은 이럴 때 아주 적합한 단어다.

 

▲ 추운날씨에도 궐동 동네를 돌아보고계시는 전만식 공동위원장 (왼쪽)   © 오산시민신문

 

6. 올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오산시 지방선거에 나서는 정치인에 대해 어느 부분을 보고 선거에 임해야하는지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에게 당부하고자하는 말은? 또 이번 경험을 긍정적으로 활용해 정치로 풀어나갈 생각은 없는가?

흔히들 ‘정치권력’이라고 한다. 중요한 시스템(법, 조례)을 만들 수 있고,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와 지방의 모든 행정을 운영하고, 감시와 견제를 할 수 있는 책임과 권리가 있다. 우리 삶 모든 곳에 정치가 있고 그 권력이 어떻게 행사됐는가에 따라 ‘민’들의 삶의 질이 좌우된다.  책임을 저버린 권리가 권력화 되었을 때의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

 

무한 팽창하는 권력욕은 브레이크가 없다. ‘애민정신’과 ‘공공의 선’을 추구하는 정치철학과, 유권자들의 깨어있는 눈은 권력욕을 제어할 수 있는 강력한 브레이크이다. 유권자는 어떤 정치인이 그 브레이크를 제대로 갖고 있는지 파악 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들이 필요로 해주신다면 기꺼이 그 손과 발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기회를 빌어 공공의 선을 추구해 그 수혜를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가는 공동체의 참 꽃을 피울 것인지, 포크레인이 파헤친 폐허에 깊은 고통의 울음소리를 묻을 것인지 선택에 대한 결과는 모두의 몫이다.

 

공경자 (궐동재개발해제를 위한 주민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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