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샘의'어쩌다 마주친 미술'7] 쉼 없이 망치질한 그대, 이젠 좀 쉬어라!

박근용 | 입력 : 2018/02/12 [00:27]

▲   ‘망치질하는 남자 Hammering Man’  © 오산시민신문


광화문에서 신촌 방향으로 들어서면 대형 빌딩과 가로수를 뚫고 거대한 거인이 망치질을 하고 있는 모습과 마주치게 된다. 흥국생명 빌딩은 몰라도 “망치질하는 아저씨 앞에서 봐”라며 약속 장소로 잡을 정도로 신문로의 랜드마크가 된 이 작품은 움직이는 조형물 ‘망치질하는 남자 Hammering Man’로 미국의 현대 설치미술가인 조나단 보로프스키(Janathan Borosk)의 작품이다.


12월이 되면 커다란 기중기가 와서 빨간 산타모자를 씌워주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이건 ‘망치질하는 남자’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높이 22m, 50톤이라는 크기와 무게에 한 번, 자세히 보면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지나가는 사람의 넋을 빼앗고 마는 이 작품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장장 11시간 동안 1분 17초에 한 번씩 3톤이 넘는 팔을 움직여 망치를 내렸다 올렸다 한다.


대형 모터의 힘으로 되풀이되는 거인의 망치질 동작을 두고 어떤 이는 ‘현대인의 노동에 대한 신성함과 존엄성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하여 표현했다.’고 하고, 어떤 이는 ‘일하는 현대인의 고독을 표현했다.’고도 한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기계적인 동작, 멈춤 없이 망치를 내리치고 있는 철제 거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늘상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현대인의 반복되는 일상이 오버랩 된다.


굴러 떨어짐이 반복되는 커다란 바위를 다시금 산꼭대기로 밀어 올려야 하는 시지프스의 몸짓처럼 그저 익숙해져서, 존재의 이유나 타당성 따위는 잊어버린 채, 습관적이고 무의식적으로 ‘타성’에 젖어 그런 행위를 반복하고 있지는 않을까?

 

조각가 조너선 보로프스키는 1976년 튀니지 구두 수선공이 열심히 망치질하는 사진을 우연히 보았는데 구두 수선공의 망치질을 노동자의 심장 소리로 느껴졌다고 한다.


노동의 숭고한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 3.4m 높이의 ‘일하는 사람’을 제작한 것이 시작이었는데, 1979년 뉴욕의 폴라 쿠퍼 갤러리(Paula Cooper Gallery)에서 처음 소개된 이후 곧 ‘망치질하는 사람( Hammering Man)’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1981년 스위스 바젤의 쿤스탈레 갤러리, 이듬해 독일의 카셀 도큐멘타 등에서 연이어 선보였으며, LA 카운티 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뉴욕의 워커 아트 센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앞 다퉈 전시하였다.

 

그러나 작가는 전시장을 찾는 소수의 전문가와 애호가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즐기길 원했기에 대형 프로젝트로 발전시켜, 1988년부터 지금 형태의 거대한 ‘해머링 맨’을 세계 11개 도시 야외 공공장소에 설치하게 된 것이다. 한국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위스 바젤, 독일 푸랑크푸르트에 이어 7번째로 세워졌다.


처음엔 독일 것을 베꼈느니, 미국에 가 보니 시애틀에도 있다느니 하는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그것은 작가의 철저한 계획과 치밀한 의도로 제작된 것이라는 것을 작가의 말을 들어보면 안다. 


“‘망치질 하는 사람’은 서울, 프랑크 푸르트, 시애틀, 바젤 등에 있는데 작품 하나하나는 많은 사람을 상징한다. 세계 곳곳에 작품이 있음으로 해서 결국 전 세계가 연결되는 것이다. 나 자신에서 출발하지만 지구도 우주도 종국에는 하나로 연결돼 있지 않은가?“

 

“나는 작품을 할 때마다 항상 ‘하나의 상징으로 모든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또한 이 작품은 작가가 어릴 적 아버지에게 들은 친절한 거인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인간의 노동을 창조적 에너지로 상징화한 ‘망치질하는 사람’이 곧 자기 자신이라고 말한다.


“모든 작업은 자화상이다. ‘망치질하는 사람’은 먼저 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하나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나는 나의 자화상을 만들지만 당신 자신의 자화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다.

 

자 ! 작품을 다시 보자.
망치질하는 사람은 바로 우리의 아버지고 우리 자신이다. 오늘만큼은 그 고단한 망치질을 일찍 멈추고 길게 서 있던 몸을 의자에 눕혀, 노동의 숭고함 저편에 휴식의 달콤함을 누리는 시간을 만들어보자.

 

▲  박근용 작가  © 오산시민신문

 

 

 

 

 

 

 


박근용 작가는 35년간 중,고등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미술교사이면서 작품을 생산하는 작가의 역할, 이

▲  네팔 스케치 여행 © 오산시민신문

두 가지를 꾸준히 해오고있다. 방학이면 인도,네팔, 티벳,몽골 등 오지를  다니면서 스케치 여행을 하고 이태리 밀라노와 네팔의 카투만두,서울의 인사동  등에서 초대개인전을 열었다. 몇년전부터는 경기도와  네팔의 현대미술가들 사이를 오가며 교류를 주선하는 일도 하고 있다. 1980,90년대에는 컴 아트 그룹의 멤버로 활동하였고 3년 전부터는 오산,화성,수원의 실험미술 작가들 주축멤버인 '매홀'그룹의 일원으로 화성시 형도, 수원 오목천동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영상 설치미술을 선보였다. <박샘의 '어짜다 마주친 미술'>을 통해 35년간 현장에서 미술을 가르친 경험과 여행지에서 만나는 미술을 토대로 미술관 밖 우리가 일상에서 미술에 관심을 갖도록 소통의 통로로 독자들과 만나기를 희망한다. 필자는 "미술은 심오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는 매우 친근한 것이라고."말한다.

 

박근용 작가 master@osannews.net

 
 

 

 

 

앗! 그 거인! 제대군인 18/02/12 [11:03] 수정 삭제
  그 철제 거인이 생각납니다. 광화문에서 신촌쪽으로 조금 가면 있던. 엄청나게 커서 놀랐고 움직여서 놀랐는데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작품인건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서 이제 알았어요. 평소에 우리나라에도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는 조각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이 작품을 보곤 흥미를 느꼈지요. 박샘의 자세한 브리핑을 들은 느낌? 그 작품에 더 정감이 가서 그 쪽에 가면 유심히 다시 봐야 겠어요.
모든 노동의 상징같은 조각 소나타 18/02/13 [22:23] 수정 삭제
  그 조각을 보노라면 쉬지도 않고 망치를 내려치는 동작을 반복한다. 우리네 일상도 그렇지 아니한가?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출근 지하철은 만원-같은 일의 반복, 이 일이 육체노동이건 정신노동이건 다 마찬가지다. 취미로 운동을 하거나 여가를 즐기는 것이 아닌 우직 먹고살기위해서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어머니들은, 직장인들은, 장영업자들은 끊임없이 일한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바쁘게 돌아가는가? 아마도 칼럼에서 박샘은 이 노동 저편에 있는 휴식을 잠시라도 가지라고 권한다. 이 땅에 사는 모든 일하는 이들에게 달콤한 휴식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노동은 살아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 도노도노 18/02/14 [22:19] 수정 삭제
  아침 8시 부터 저녁 7시까지 망치질하는 남자. 현대인의 노동시간과 비슷한시간으로 설정한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게으름을 피우는 휴일 아침아파트 창밖을 내다보면 변함없이 움직이고있는 대중교통과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일하고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 삶을 이끌어 가고 있는 세상속에서 나도 어떤 윤활제가 되어야 할지 생각해 보게 하는 칼럼 재밌네요~~~~
함께 망치질 하며 일하고 싶네요. 다전 18/02/14 [22:30] 수정 삭제
  요즘 많이 쉬어서 일자리 찾고 있습니다. 아, 3월 에는 일하는 사람 부럽지않게 열심히 매진할 수 있는 노동거리를 만나 새롭고 의욕넘치는 봄을 기대해 봅니다. 박 근용 교감 선생님처럼 여기 번쩍 저기 번쩍하게 말이죠.
반대로 생각해보면 박샘 18/02/15 [17:59] 수정 삭제
  '다전'님은 저번 저의 칼럼에도 의견-칭찬-을 주셨는데 이번에도 의견을 주셨네요. 님의 의견을 들으면 또 '아! 그렇겠구나'합니다. 오래도록 같은 일을 반복하던 사람은 이제 좀 쉬고 싶다고 느끼겠지만, 일할 기회를 놓쳐 쉬고 있던 사람들은 다시 '망치질'을 하고 싶다는 사실.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는 우리 사회를 보면 '참 부지런한 민족'이란 생각이 듭니다. '다전'님에게 원하던 '망치질'이 주어지기를 빌께요. 반대로 저는 '망치질'을 멈추려 합니다. 이제는 먹고 살기위한 '망치질'이 아닌 나 자신의 영혼을 위한 '망치질'을 하고 싶네요. 시간에 쫓기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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