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 칼럼 11]조조와 제갈량의 인재 활용술

이정랑 | 입력 : 2018/03/08 [23:15]

조조(曹操)의 용인술(用人術)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탁월했다

순유(荀攸)는 삼국시대 때 조조의 뛰어난 모사이자 전략가로, 조조가 중원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특히 온유한 인품과 넉넉한 지모로 평생 올바른 지략을 펼친 순유가 조조를 어떻게 따를 수 있었을까?

 

순유는 자가 공달(公達)이며 후한 말기 영천 영음(潁陰) 사람이다. 선비 가문 출신으로 인품이 선량하고 단정했던 그는 지모와 지략이 풍부했다.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조부와 숙부 밑에서 성장한 그는 외모가 다소 우둔하고 나약해 보이긴 했으나 속마음은 갖가지 지략과 용기로 가득 차 있었다. 순욱(荀昱)의 7촌 조카이기도 하다.

 

그가 황문시랑으로 있던 후한 말년은 천하가 혼란스러웠던 시기였다. 그는 천하를 안정시킬 수 있는 명군을 찾았다. 그때 헌제를 앞세워 허창에 도읍을 정한 조조는 순유가 능력이 뛰어난 인재라는 소문을 듣고 그를 불러들여 여남 태수로 임명하고 군대를 통솔하게 했다. 순유도 조조를 함께 천하를 도모할 만한 인물이라 여기고 순순히 그의 뜻을 받아들였다. 순유를 얻은 조조는 자주 사람들을 모아놓고 순유를 과장하여 칭찬하면서 그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공언했다.

 

“이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오. 함께 전략을 마련하면 천하를 얻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오!”

순유는 조조를 보좌하는 과정에서 열두 번이나 중대한 지략을 제공했고, 조조는 군대가 곤경에 처하거나 적에 대한 기습공격을 감행할 때마다 순유의 지모에 의지하곤 했다.

 

서기 198년, 조조를 따라 장수(張繡)를 정벌하러 나선 순유는 당시의 형세가 조조에게 매우 불리하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조조에게 공격을 보류하도록 권했다.

 

“장수는 유표와 연합하여 우리의 공격에 대비하면서 앞뒤에서 압박해오고 있지만 병사와 말의 대부분을 유표(劉表)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길어지면 유표가 장수를 오래 지원하지 못하게 되고, 두 사람은 반드시 분열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공격을 늦추면서 적의 동태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서둘러 공격했다간 유표가 필사적으로 장수를 지원할 것이 분명해, 오히려 아군이 진퇴양난의 위기에 몰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조는 순유의 권고를 무시하고 공격을 감행했고, 결국 패전하여 조조 자신도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를 겪어야 했다. 나중에 조조는 순유의 권고를 무시했던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자신을 나무랐다. 얼마 후 조조는 다시 순유와 함께 치밀한 전략을 세워 마침내 장수를 토벌했다. 이때부터 조조는 순유의 의견과 계략을 무조건 따르게 되었다.

 

서기 200년, 원소(袁紹)가 10만 대군을 이끌고 조조를 공격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원소의 군대는 조조에 비해 매우 우세했지만 원소는 성격이 우유부단하고 군사의 지휘가 치밀하지 못했다. 결국 관도전투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조조의 군대와 대적하여 일시에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얼마 후 조조는 군량과 마초가 바닥나 대단히 위급한 상황에 처했다. 이때 원소의 수하에 있던 모사 허유(許攸)가 원소의 급한 성질을 견디지 못해 조조에게 투항하다가 조조군의 영내에서 병사들에게 붙잡혔다. 허유가 말했다.

 

“난 조 승상의 옛 친구요. 어서 가서 남양의 허유가 찾아왔다고 전해주시오!”

병사가 조조의 군막을 찾아가 이 사실을 알렸을 때 조조는 마침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는 허유가 왔다는 소식에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맨발로 뛰어나가 허유를 반갑게 맞아들였다.


“그대가 날 찾아온 것은 원소를 공격할 비책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요?“

허유가 되물었다.

 

“지금 승상의 진영에 남아 있는 군량과 마초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조조는 허유의 귀에 대고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앞으로 한 달 정도면 완전히 바닥날 것 같소!”

“절 속이려 하지 마십시오! 이미 바닥나지 않았습니까?”

조조는 화들짝 놀라며 얼른 허유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내가위기에 처한 것을 알았거든 어서 날 위해 계책을 말해 주구려!“

“한 가지 계책이 있으니, 이 계책을 쓰면 굳이 공격을 하지 않아도 원소의 10만 대군은 사흘이 못가서 스스로 자멸하고 말 겁니다.”

 

▲이정랑 언론인   ©오산시민신문

 

 

 

 

 

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연구가.  현 서울일보 수석논설위원) j64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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