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 ‘어쩌다 마주친’ 괴짜 예술가, 데이비드 체르니

“카프카의 움직이는 두상”

오산시민신문 | 입력 : 2018/06/11 [13:19]

▲     ©오산시민신문

프라하 콰다리오 쇼핑센터 입구에 설치한
“카프카의 움직이는 두상”, 데이비드 체르니

 

칼럼의 타이틀이 “박샘의 어쩌다 마주친 미술”이지만, 매회 칼럼의 주제를 생각할 때부터 자료의 수집이나 현장 방문까지도 필자인 나의 준비된 기획과 의도의 결과물이었음을 독자들께 고백한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좀 다르다. 그야말로 ‘어쩌다 마주친’미술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말 35년 간 몸담았던 학교를 떠나 4월초에는 그야말로 꿈에 그리던 ‘유럽배낭여행‘을 떠났다.

 

여행 사나흘쯤 되는 날에 체코의 프라하의 구시가 광장을 조금 벗어나서 신시가가 시작되는 경계지역에 있는 콰다리오 쇼핑센터 입구에서 거울 같은 표면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두상‘과 마주쳤다. 그야말로 ’어쩌다 마주친‘ 작품이었다.

 

▲     © 오산시민신문


 
프라하 콰다리오 쇼핑센터 입구에 설치한
“카프카의 움직이는 두상”, 데이비드 체르니


자세히 보니 ‘두상’은 때때로 그 상태로 정지했다가도, 어느새 교차하는 층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흩어져 사라진다.

 

작품을 이루는 42개의 스테인레스 층이 각자 독립적으로 뒤틀리며 그 형태를 흐트려뜨렸다가 다시 정렬하는 하는 방법으로 설치되었는데 위치에 따라 사람의 얼굴로 형상화되기도 하고, 가끔은 한쪽 방향으로 아주 느리게 미끌어지는가 싶으면 다시 하나의 층만 움직여 코를 길고 휘게 만들기도 했다. 결코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층들의 움직임을 연출해 내는 것은  중앙의 컴퓨터이다.
 
놀란 가슴을 겨우 누르고 작가가 누구인지, 제목은 무엇인지 궁금해서 주변을 돌아보았으나 그 어디에도 ‘작품 명패’는 보이지 않았다.
근처에 있던 금발의 아가씨에게 물으니 자신도 누구의 작품인지 모른다며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줬다.
 체코 작가 데이비드 체르니의 작품으로 “카프카의 움직이는 두상”이란다. 친절하게제작 연도가 2014년이라는 이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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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프카의 마음 앓이는 무엇이었을까?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카프카의 “변신‘을 구해 읽어 내려갔다.

“어느 날 아침 어지러운 꿈속을 헤매다 눈을 뜬 그레고리 잠자는 자신의 몸이 흉측한 벌레로 변해있는 것을 발견했다.” 로 시작하는 소설은 사회는 물론 가족에게도 그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그레고리’를 통해 카프카는  자본주의가 가족 간의 관계까지를 얼마나 변화시키는지를 표현한다.

 

 벌레로 변신했다는 이유로 무수한 세월 생계를 책임지던 그레고리를 죽음으로 내 몬 가족(아버지)을 통해 카프카는 소통의 부재를 통렬히 주장하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인간은 누구나 그레고리가 될 수도 그 누이와 아버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 역시 그 범주 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거라는 남루한 변명을 스스로에게 해본다.
 
체르니는 이 ‘카프카의 움직이는 두상’을 제작하면서 스스로 마음앓이를 하는 카프카의 성격을 표현했다고 한다.

 

시시각각 움직이면서 얼굴이 되는 위치와 그 시선의 방향이 변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카프카가 늘 말하고 싶어 하던 인간 존재의 불안과 현대 사회 속에서의 관계의 불통에서 오는  소외를 체르니가 고스란히 작품 속에 옮겨왔을 거라는 생각에 오늘 나는 누구와 만나 대화를 하고 사랑을 했는지 돌아보게 한다.

 

▲  박근용 작가  © 오산시민신문
골뱅이 집. 18/06/15 [08:25] 수정 삭제  
  와 ~~~ 기발한 발상을 작품으로 이끌어낸 체코 작가 데이비드 체르니의 작품 “카프카의 움직이는 두상은 늘 감정에 따라 상황속에서 늘 변하는 우리들의 얼굴을 입체적이고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승화시킨 정말 자극적인 예술이다. 예술가의 시선이란 이런걸까? 모든 찬사를 그의 신선한 시각에 바침니다.
소나타 18/06/21 [10:21] 수정 삭제  
  누구나 여행중에~~~ 요즘들어 해외여행을 떠나는 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대중화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많은 미술품, 건축물, 회화 작품, 아니면 풍경까지도. 박샘같은 심미안을 가지고 바라보면 어떨까? 부럽기도 하고. 데이비드 체르니의 특이한 작품과 설명, 읽고나니 감동이 밀려옵니다. 다음 칼럼은 어디에서, 무얼 보셨을까,그리고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벌써 궁금해지는 대목이네요.
제대 군인 18/06/22 [22:24] 수정 삭제  
  멋진 작품. 문학작품을 조각으로 표현해내는데, 그것도 '움직이는 조각"이라니! 데이비드 체르니는 괴짜이면서도 천재인 것 같네요. 우리나라에도 저런 조각이 있다면~! 외국에 여행을 가서까지도 칼럼의 소재를 발견하고, 챙겨와주신 박샘에게도 박수를~!
지나가는이 18/07/06 [14:32] 수정 삭제  
  우연히 마주 친 작품을 보고 멈춰서서 감상할 수 있는 여유가 부럽습니다. 35년간 몸담아왔던 학교에서 나와 한편으로 허전하겠지만 앞으로는 더 여유있게사시면 좋겠습니다
송죽동 18/07/06 [14:42] 수정 삭제  
  멀리 여행다니시며 늘 설치 미술작품을 보면 놓치지 않고 다니시네요 ~~~~ 난 오늘 어떤 표정으로 지내고 있을까? 사람이 태어나서 생애 전기간동안 자기 얼굴에 대한 관심은 줄지 않는다고 하죠? 그 것이 저리 멋지게 표현해 놓은 이 체코 작가님을 ____________ 40여개의 얼글 조각 핀들이 가로로 조금식 움직이며 만들어 내는 수십가지의 이미지 속에서 우릴 찾고 현재의 나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네요 . 좋은 칼럼 써주신 박 선생님 센스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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