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별 변호사.  © 오산시민신문

내 배우자가 외도를 한다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낄 것입니다. 그런데 외도를 하는 것도 모자라 내 집에 외도의 상대방을 불러들인다면 어떨까요? 드라마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소송을 하다보면 의외로 종종 보게 됩니다. 이 경우 보통 상간자를 주거침입으로 고소하면서 동시에 위자료를 청구하게 됩니다. 과거 우리 법원은 비록 외도를 한 부부 일방이 상간자가 집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다 하더라도 이 승낙이 다른 일방의 의사에 직접‧간접으로 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판례가 바뀌었습니다. 
 
상간남 A는 피해자 B(남편)의 아내인 C와 내연관계에 있었습니다. 상간남 A는 C와 성관계를 할 목적으로 부부인 B와 C가 공동으로 거주하는 아파트에 가서 아내인 C가 열어준 현관 출입문을 통해 주거에 들어갔습니다. 과거의 판례대로라면 비록 남편인 피해자 B는 집에 없었지만, 남편 B가 상간남 A의 출입을 승낙할리 없으므로 상간남 A는 주거침입죄로 처벌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간남 A가 아내 C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갔으므로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로 주거에 들어간 것이 아니어서 주거에 침입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A의 주거 출입이 부재중인 B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즉 아내 C가 상간남 A가 집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였기 때문에 A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간통죄가 없어진 후 내 집에 출입한 상간녀, 상간남을 형사처벌하기 위한 방편으로 쓰였던 주거침입죄를 상간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상간자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상간자가 집에 있는 부부 일방의 허락마저 받지 않고 들어온 경우, 즉 몰래 들어온 경우 또는 집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였는데도 이에 반해 들어온 경우 정도를 상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내 배우자가 외도할 목적으로 상간자를 집에 불러들였다면 현실적으로 상간자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상간자에게 형사 책임을 지우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상간자에게는 여전히 민사 책임은 있습니다. 배우자와 이혼하지 않고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경우에도 상간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상간자가 내 배우자와 외도를 한 것을 넘어 나와 내 가족이 생활하는 집에 출입하였다는 것은 큰 충격입니다. 집은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곳이자 나에게 안정을 주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재판부가 위자료 액수를 정할 때 여러 제반 사정을 참작하는 만큼 재판부에 상간자의 출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여 위자료 액수를 높이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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