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사랑 이야기 26] 아내의 귀밑 피부진료와 ‘기니피그’

윤납섭 | 입력 : 2015/02/16 [15:05]
▲    기니피그 © 오산신문


최근 여행 프로그램에서 기니피그 요리인 ‘꾸이’를 먹는 여성 요리사의 일그러진 얼굴과 함께 통째로 구워진 기니피그가 서로 대비되어 화면에 나왔다.

 

‘여성이 도전하기엔 좀 무리일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는데 출연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개를 끄덕이며 맛을 음미하며 먹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기니피그를 식용으로 하지 않기에, 처음 보면 눈살이 찌푸러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니피그(Guinea pig-꼬마돼지, 뚱보 쥐 라는 뜻이 있다)는 남아메리카의 페루가 원산지로 애완동물, 실험동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원산지인 남미에서는 가축으로 식용하는 동물이다. 한번은 외국인의 기니피그 한 쌍을 보름이 넘게 호텔을 맡은 적이 있었다. 사료와 건초를 주고 대변, 소변을 치워주는데, 많이 먹고, 똥을 얼마나 많이 싸는지, 먹으면서 똥을 싸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 당시에 제일로 좋아한 것은 고양이인 토니. 매일 낮잠만 자던 아이가 보이지 않아 병원 안을 찾아보니 기니피그가 있는 입원장을 마치 영국 근위병같이 차렷 자세로 까치발을 하고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토니와 함께한지 4년이 넘었지만 그때만큼 하루 종일 활력이 넘친 적이 없었다.
 
어느 날 항상 똑같이 아침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마침 머리를 감고 있어서 아내가 대신 전화를 받았다. 아내는 동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냥 토토는 강아지, 토니, 토르는 고양이라는 정도만 안다. 어려서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대도시에서 생활해서인지 연애시절 집에 암소가 출산하는 광경을 보고는 마치 아프리카 사파리에 온 관광객처럼 너무 신기해했다. 조금 있다가 머리를 말리고 있는 나에게 휴대폰을 손에 들고 와서는


“ 여보!! 귀밑 피부 진료도 보냐고 하는데?”
“ 귀밑에 피부?? ”
피부병이면 응당 모든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특수부위도 아닌데 왜 귀밑에 피부병 진료를 하는지 물어볼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휴대폰을 받아 들고
“ 귀밑에 어느 부위 피부에 문제가 생겼나요?” 그런데 대답은 없고 계속 웃음소리만 들리는 것이다.


“ 여보세요??, 여보세요??” 상대편은 말을 하지 않고 계속 웃기만 하다가,
“ 아!! 죄송해요... 귀밑에 피부가 아니고 기니피그 진료도 하는지 전화 드렸어요”
“기니피그요??”


이제는 내가 웃을 차례였다. 아내를 쳐다보며 한참을 웃고는 진료가 가능하다고 통화를 마쳤다. 기니피그를 귀밑피부로 잘못 알아들었던 것이다.


“여보 기니피그가 뭐야??” 라며 웃는 나를 도리어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두 딸들과 ‘엄마의 귀밑피부 이야기‘로 한참을 웃었고, 동물병원을 자주 다닌 작은딸은 “ 엄마 !! 기니피그 몰라? 큰 쥐처럼 생겼는데 귀여워!!”하는 것이다.


출근 후 아침에 전화통화한 기니피그 보호자가 진료실에 들어왔을 때, 우리는 한참을 말없이 서로 웃다가 진료를 시작했다. “ 어디 귀밑에 피부진료 좀 볼까!!”


그 후 한동안 집에서 가족이 다 모인자리에서 휴대전화를 들고 통화하는 흉내를 내며
“ 귀밑에 피부진료요? 아 ~네 가능 합니다”라고 아내를 놀리면 그때마다 아이들은 웃고, 아내의 눈은 올라갔다.

 

▲ 저스트벳 윤남섭 원장     ©

 

윤남섭 justvet@naver.com

고양이 토니, 토르와 강아지 토토의 아빠

대구시 그랜드벳 동물병원 원장

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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