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프리즘 86] 11월 2째주 목요일

이준호 | 입력 : 2015/11/12 [23:29]

매해 112째주 목요일엔 대학 수학능력 시험이 치러진다. 학교 관계자들이나 교육관계자 입장에선 매해 반복되는 이벤트겠지만, 지금 이 시간 수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 입장에선 일생의 중요한 고비를 넘고 있는 것이다.

 

1교시 국어가 끝나자마자 쏟아져 나오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분석은 수능을 치르고 파김치가 된 아이들을 또다시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애써 노력하고 점수를 잘 받고 나왔더니 물수능이라 등급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시험이 어려워서 성적이 낮아도, 시험이 쉬어서 성적이 올라도 등급이 떨어진다니 이 무슨 해괴한 시험인가? 변별력 따위는 잃어버리고 그저 교과과정에 충실한 학생이라면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란 출제위원장의 변도 해괴하기는 마찬가지다. 교과에 충실하면 다 맞을 수 있는 시험을 뭣 하러 따로 보는 건가? 수시와 정시로 나누어진 대학 입학의 관문도 해괴하고, 학교에서 배우는 과정에 충실하면 풀 수 있는 시험을 국가가 주관해서 보는 것도 해괴하다. 아마도 이 칼럼이 읽힐 즈음이면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과목별 등급컷을 받게 될 것이다.

 

수시모집에 응시하고 과목별 최저등급을 맞춰야 하는 학생들은 각종 교육전문 사이트에 기재된 등급컷을 보며 한숨을 쉴 것이고, 정시를 노리고 있는 학생들은 벌써부터 눈치싸움을 시작할 것이다. 결국 대입 수능은 잘 보나 못 보나라는 기준을 상실했다. 최선의 결과는 나는 잘 보고 남들은 다 못 보는 것이다. 165만의 싸움을 시키고 있는 이 나라의 수능 제도를 어찌해야하나?

 

고등 교육의 기본은 아이들이 전문적인 과정(대학과정)을 공부할 수 있는 기초 소양과 수학능력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기초소양에 대한 평가는 온 데 간 데 없이 수학능력만을 계량화하고는 그마저도 오직 국어, 영어, 수학만을 강요하고 있다. 대학 교육과정 중에 수학에 대한 지식은 전혀 필요치 않는 과조차 수학성적이 입시를 좌우한다.

 

이런 폐단을 없앤다는 목적으로 강화된 수시 모집도 고등학교 과정의 교과 성적에 의해 좌우된다. 결국은 도진 개진이다. 그나마 교과성적이나 수능성적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학생부 종합 전형조차 교과성적이나 수능최저학력 기준 적용 등에 의해 특목고나 자사고생 걸러내기 전형이 된 지 오래다.

 

실력평가가 아니라 실수평가라는 말이 있다. 평상시 실력은 거의 엇비슷한데 결국 수능 당일 얼마나 실수를 안 하느냐가 중요하단 것이다. 삶을 살면서 실수를 할 수도 실패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것이 용납되지 않는 평가란 시험을 통해 당당히 세상에 나가려는 우리 아이들에게 반칙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쉬운 시험? 그것이 아이들을 입시의 고통에서 해방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 어마어마한 덫이 된다는 것을 진정 저들은 모를까?

 

교육의 기본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는 이 나라 정권은 이 나라 역사까지 자신의 입맛대로 바꿔가겠다고 한다. 절대로 한편의 이야기만을 하지 않는다고 자신을 한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패배주의적 혹은 좌편향 사관을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옛 말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다. 수십 년간의 입시 경쟁에서 해마다 반복돼 온 난이도 조정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면서 역사에선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책을 만들겠다고? 해마다 수능이 끝나고 나면 반드시 난이도 조정을 하겠다고 밥 먹듯이 약속한 바로 그 입으로 믿으라는 말이 나오는가?

 

지난 1년간, 아니 중학교를 입학하면서부터 계속돼 온 경쟁을 끝 낸 수험생 여러분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말도 안 되는 장애물들을 설치하고는 실수 없이 잘 넘어야 한다고 말하는 뻔뻔한 어른들의 시험의 덫을 무사히 치러냈으니 말이다. 실수해서 본인이 선택할 결과가 달라졌다고 한들 낙심 하지 마라. 그대들이 실수 하나도 없이 온전하게 갈 수 있었을 결과나 또 다른 결과나 나중에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대들의 실수 하나로 펑펑 울 만큼 가치 있는 차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당당하길 바란다. 해마다 입시철이 되면 오히려 슬퍼지는 입시전문가라니휴 내가 슬프다.

 

 

▲ 이준호     ©오산시민신문

 

 

 

 

 

 이준호

 ()입시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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