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슬픔을 넘어 실천으로!

이연주 | 입력 : 2017/12/11 [08:31]
▲    ‘416자카르타촛불행동’은 세월호 가족협의회 분들을 초대한 간담회.(앞줄 오른쪽부터) 416연대 안순호 공동대표, 건우 어머니 김미나, 경빈 어머니 전인숙    © 오산시민신문


2016년 11월, 한국 광화문이 촛불로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을 때 여기 적도 자카르타에서도 작은 촛불이 시작되었다.

 

그 해 11월 7일 자카르타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모여 시작된 촛불은 매주 토요일 한국 광장과 함께 박근혜 탄핵을 외쳤고, 4월 대통령 선거 감시를 위한 선거인 활동, 안민석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 간담회, 416 해외연대 참여 등 지난 일 년 간 꾸준히 ‘한국사회 적폐청산’을 위한 커뮤니티를 이어갔다. 그리고 2017년 11월 11일 ‘416자카르타촛불행동’이라는 정식명칭으로 정회원을 모집하고 첫 창립총회까지 개최하였다.

 

인도네시아의 교민사회는 어느 나라의 교민사회보다 더 보수적일 것이다. 바로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색채가 강한 나라에서 살면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이분들만의 방식이라 이해한다면 맞을지 모르겠다. 또한 반공사상이 사회정의의 기본이었던 1980년대 봉재산업을 중심으로 한국을 떠나 온 이들이 지금의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도 그 시기에 머물러 있다. 그런 분들이 지금의 자카르타 한인사회의 주류를 차지하고는 본인들과 다른 의견에 대해서 자카르타 한인사회를 가르는 불순세력이라 폄하하고 있다. 그러니 이분들 눈에 ‘촛불’은 빨갱이요, 나라를 전복시키려는 불순한 세력으로 보일 것이다.  

 

‘416자카르타촛불행동’(이하 촛불행동)은 창립 후 첫 행사로 세월호 가족협의회 분들을 초대하여 간담회를 개최하였다. 12월 1~3일에 걸쳐 3회의 간담회를 세 곳의 장소에서 진행되었다. 416연대의 안순호 대표와 건우군 어머니 김미나씨, 경빈군 어머니 전인숙씨 세 분께서 7시간의 긴 비행을 견디며 자카르타까지 오셨다.

 

견딘다는 표현은 공항에서 처음으로 어머니들 얼굴을 보며 생각 난 단어다. 4년 가까운 시간을 견뎌낸 흔적은 7시간의 비행의 노곤함으로 더욱 거칠게 말라보였다. 필자는 4일 동안의 일정을 모두 함께 하는 임무를 맡았다.

 

아침 7시에 시작되어 밤 1시 숙소에까지 이어지는 이야기, 이야기....... 눈물은 이미 말라버렸다고 이젠 유쾌하게 투쟁하고 싶다고 말하는 어머니들과 정말 유쾌한 대화를 하기 위해 손도 잡고 눈도 마주쳤다. 아니, 가끔 멈춰지는 대화 사이에서 보이는 심연보다 더 깊이를 알 수 없는 초점 잃은 눈을 보는 것이 두려워 이야기를 놓칠 수가 없었다.

 

이 간담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진행하는 과정에서 슬픔으로 시작하여 감정적 소모로만 끝나는 간담회를 지양하자는 것이었다.

 

11월 24일 2기 특조위가 국회를 통과하였다. 덕분에 유가족들이 편한 마음으로 간담회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준비하는 우리의 할 일은 “실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자. 슬픔으로만 바라볼 세월호가 아니다.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 투쟁하는 유가족들을 모시고 그들의 활동을 들으며 우리의 실천을 고민해보자...... 촛불행동에서 지향했던 간담회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간담회 첫 날 첫 질문에서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참석자들은 유가족들의 슬픔을 공감하길 원했다.

 

세월호 안을 무수히 들락거렸을 유가족들을 3일 내내 다시 세월호 안으로 밀어 넣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분명 세월호의 아픔을 공감하고 함께 가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계신 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도 슬픔을 원하는지, 밤이 되어 호텔에 도착하면 새벽까지 토론이 이어졌다. 결국 필자도 그랬듯 슬픔에 깊게 빠져야 이겨내고 실천을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슬픔을 외면한 채 공감을 할 수 없고, 깊게 공감되지 않은 실천은 변질된 결과를 가져온다. 유가족들은 왜곡된 언론을 통해 세월호를 접했던 간담회 참석자들을 이해하고 그 의도대로 함께 세월호를 들락거리며 다시 아파하고 비판하는 시간을 견뎌내셨다. 2014년 4월 그 때처럼....... 그렇게 간담회는 누적인원 백여 명의 참석자들 마음을 울리며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의 후원으로 4일의 일정은 잘 끝나는 듯 했다.

 

사실 일정이 끝까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행사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야유의 댓글과 근거 없는 평가는 무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외에서 외국인으로 살면서 가장 어려운 비자 문제를 거론하며 협박하는 전화에는 필자도 적잖이 긴장을 안 할 수 없었다. 특히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해 남한사람인지 북한사람인지 확인해봐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억측과 함께 이민국 사람들을 보내겠다는 일차원적 협박은 간담회를 준비한 것을 후회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어머니들이 더 강했다.

 

세월호 가족협의회에서 챙겨주신 기억물품과 간담회 자료집© 오산시민신문

“우리 끌려가는 거 익숙해요. 그러면 우리가 그 나쁜 사람을 고소할 수 있어요.”
“미안해하지 말아요. 우린 한 명이라도 더 만나서 우리 활동을 알려야 해요. 건우랑 그렇게 약속했어요.”
어머니들의 말이 필자를 더 아프게 했다. 노숙하는 것쯤은 익숙하다고, 이제 삭발은 안 하고 싶다고 말 하는 어머니들을 보며 이런 협박쯤은 나도 대수롭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도 어머니들이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하시는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었던 것은 비밀(?)이다.

 

매 간담회의 마무리는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는 동영상을 따라 하며 마무리 했다. 소리 내어 이름을 부르며 기억하고 잊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인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들과 포옹하며 마음을 전했다. 마음으로 전해진 체온은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왜곡된 뉴스를 통해 전달되지 못했던 부분까지 차곡차곡 이야기를 이어갔던 세월호 간담회가 인도네시아 한인사회의 변화를 가져오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너무 정치적이라고 슬픔은 그만 끝냈으면 좋겠다고 외면하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너무 정치적이지 않아서 우린 오랫동안 어둠속에서 살아야 했고, 슬픔을 외면하면 그 슬픔이 언젠가 당신에게 다가왔을 때 아무 위로도 받을 수 없다고. 

 

▲  이연주   © 오산시민신문

 


 

 

 

 

 이연주 (자카르타 국립박물관 해설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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