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아이엘센터, ‘발달장애인가족과 함께하는 문화유산답사기’

이숙영 기자 | 입력 : 2017/12/28 [09:03]
▲  감포 바닷가 문무대왕릉    © 오산시민신문


오산아이엘센터(소장 이지광)에서 발달장애인과 가족들 35명이 지난 9월 13일부터 2박 3일동안 경주일대로 ‘발달장애인가족과 함께하는 문화유산답사기’를 다녀왔다.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3일 동안이나마 주변에서 지지해주는 이들로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고 돌아갔다. 첫날은 양동마을에서부터 시작했다. 양동마을은 조선시대 양반가의 주거형태가 남아있는 곳으로 마을 외곽길을 걸었다. 걸음이 자유롭지 못한 오산아이엘센터 활동가인 동현이를 스텝과 자원봉사자들이 같이 앞에서 기다렸다. 양동마을 수백당길로 넘어가면서 가족들은 돌담길에 가족의 이야기를 남겼다. 다음은 김유신묘로 이동하면서 발달장애인가족들이 공동체와 연대 의식을 느껴보는 것이 김유신묘를 보고 가는 것 이상으로 뭉클한 일이었다.

 

이때부터 부산에서 올라온 균도아빠가 합류했다. 균도와 균도아빠 때문에 발달장애인법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균도아빠 이진섭씨는 균도를 데리고 항상 같이 다닌다. 발달장애인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비장애인들에게 발달장애인들의 행동유형을 알리고 있다. 집에만 데리고 있으면 더 안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 밖으로 나와 사회생활을 익히면서 스스로 조절능력을 배우게 한다. 조절능력은 비장애인들이나 발달장애인들이 다 필요하다.

 

그 다음은 대릉원으로 이동했다. 가족들은 오랫만에 가족애를 느끼는 듯했다.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과 보조를 맞추며 걷는 것은 태종무열왕릉이 삼국을 통일했던 왕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족의 손을 잡고 마음껏 쉬어보는 것에서 찾았다. 발달장애아가 계속해서 물어보면 계속해서 대답해주는 엄마, 이런 모습은 경주여행이 끝날 때 까지 계속되었다. 경주 대릉원 숲길은 가족들이 걷는 행복의 길이었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한테 하는 말도 부드러워지니까 발달장애인 아이나 부모님에게 자주 이런 기회 마련이 필요하다.


저녁식사 후 레크레이션 강사로부터 웃음치료 프로그램이 있었다. 손뼉을 치고 게임을 하고 풍선을 불고 컵을 옮기기 게임 등 많은 순서로 진행되었다. 끝나고 나서 강사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준비하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했다. 강경남 오산아이엘 센터 사무국장은 “발달장애인들은 처음에 정한 게임 룰이 바뀌는 것을 무척이나 어려워한다. 처음에 정한 것의 변형은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에 단순한 게임 룰이 필요하다. 단순하면서 반복적인 것이 발달장애인들에게는 흥미를 유발한다”고 했다. 김덕순 레크레이션 강사도 “이번 기회에 발달장애인들과의 만남이 다양한 계층을 만날 때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이튿날은 감은사로 향했다. 일찍 서두르지 않았다. 경주시내에서 감은사터까지는 40분정도 걸렸다. 감은사터에는 2개의 감은사탑이 남아있었다. 당당하게 지금까지 신라의 위엄을 지키고있는 감은사탑을 보면서 신라의 흥망성쇠나 인간의 생로병사가 주는 것의 깨달음의 핵심은 자족일 듯하다. 계단을 오르는 아이들 그 옆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엄마들은 옆에서 손을 잡아주는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함에서 감은사터의 쓸쓸함이 감해졌다. 언덕 위에서 당당히 신라땅을 바라보고 있는 감은사탑에서 버팀목으로 서있는 발달장애인 부모님들이 연상되었다.

 

▲  ‘발달장애인가족과 함께하는 문화유산답사기’ 양동마을 입구   © 오산시민신문



감포 바닷가 문무대왕릉 쪽의 파도를 보았을 때 아이들과 어른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집을 떠나온 피곤함 모두 바닷물에 집어넣고 모래사장 위로 뛰어다녔다. 이곳 옆은 울진 원자력발전소가 연결되는 바닷가여서 사람들이 뜸했다. 주민들이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해 생명의 위협을 느껴가며 피해를 보는 것이 안타까웠다. 주민들은 잘 모르고 원자력 발전소 유치가 지역발전이라는 명제아래 공공사업을 찬성한 것이지만 이제는 죄인취급을 받고 있다.

 

원성왕릉은 고분형태로 외곽이 가장 잘 남아있는 릉이었다. 릉이 넓어서 무인석이 길 아래쪽에부터 서있었다. 왕릉을 지키는 수호신은 이미 신라시대부터 무덤 앞에 세웠다니 사후세계가 있다고 믿는 신라인의 영원불멸 사상을 만날 수 있었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발달장애인 청년이 포즈를 취했다. 사진을 찍고서 반드시 폰을 달라고 해서 자신이 찍힌 모습을 확인했다. 자신의 사진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발달장애인 청년이었다.


석굴암 속에 있는 부처님은 신비한 자태로 있었다. 화엄의 세계를 만나고 돌계단을 내려오다 상점에서 장난감 칼을 사는 풍경을 목격했다. 김유신 칼을 산 친구를 보고 그보다 더 큰 칼을 사면서 자랑하는 발달장애인들의 행복한 바람을 느끼며 불국사로 이동했다. 10원짜리 동전에 새겨있는 다보탑을 가리키며 설명해주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동전에 새겨있는 모양과 실제로 보는 모양과 비교를 재미있어했다. 청운교 백운교를 멀리하고 김동리·박목원문학관 앞마당에 세워진 시인들의 시를 보면서 이틀째의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3일째 되는 날 경주박물관으로 이동했다. 밀폐된 공간인 박물관 전시실은 발달장애인들이 자주 오지 않는 곳이다. 밀폐된 공간은 돌발행동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시장 유리벽에 손을 대고 두드리고 하는 통에 스피커를 통해 관람예절방송 안내를 여러 번 들어야 했다.

 

▲  ‘발달장애인가족과 함께하는 문화유산답사기’   대릉원© 오산시민신문

 

발달장애인들도 전시관에서 작품을 관람할 권리가 있다. 처음에는 답답해서 소리를 지르겠지만 점점 전시공간이 익숙해지면 돌발행동이 나오질 않을 것이다. 발달장애인들의 관람매뉴얼도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비치해서 즐겨 찾는 곳으로 바꾸어야 한다.


발달장애인가족들은 “경주여행을 끝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경주에서의 2박3일이 많은 힘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부모님 중에서 “가족끼리의 여행은 꿈도 못 꾸었던 일이다. 쌍둥이 아들 모두 발달장애인이고 아빠는 나가는 것을 싫어해서 집에만 데리고 있었는데 경주여행온 첫날보다 돌발행동이 점점 줄어들었다. 버스 안에서도 얌전히 잘 앉아있고 엄마를 힘들게 하는 것도 줄었다.”고 털어놓았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장애인부모들을 위한 교육에 참석해보았지만 거의 비슷한데 실제로 밖으로 나오면 교육에서 배운 것과는 또 다른 문제와 부딪힌다. 밖에 나와서 겪는 문제를 보고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알아가는 경주여행이었다”고 했다. 쌍둥이 엄마는 “처음에 신청자가 많다고 해서 안 될 줄 알았는데 2명의 쌍둥이 모두 발달장애인이라는 것 때문에 가족여행을 통해 치유가 필요해서 선정된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이 밖으로 내보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흡족해했다.

 

'발달장애인가족과 함께하는 문화유산답사기’가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보여주는 여행이었길 바란다. 발당장애인이 실수를 하면서 스스로 알아가는 것은 사회 밖으로 나와야만 몸에 익힐 수 있다. 여행은 주변의 시선을 발달장애인들이 받으면서도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비장애인들에게도 알려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숙영 기자 lsy@osa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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