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샘의'어쩌다 마주친 미술'8] 춤추며 봄을 맞이하던 세 여인

박근용 | 입력 : 2018/03/21 [00:35]

▲   춤추며 봄을 맞이하던 세 여인  © 오산시민신문


아쉽게도 지금은 그 자리에서 만나볼 수 없지만, 봄이 오면 온 몸으로 춤추며 봄을 맞이하던 과천 코오롱 본사 앞 분수대 조각 “미의 세 여인”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미의 세 여인”은 프랑스의 여류 조각가 니키 드 생팔의 대표적인 캐릭터인 “Nana(나나)”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양한 형상의 연작으로 제작된 나나는 아름다움의 기준을 가르는 눈이나 코, 입조차 없으며, 드러난 풍만한 몸은 부끄러움이나 거리낌이 없다. 그들은 흥겹게 춤을 추거나 물구나무를 서거나, 아예 다리를 벌리고 누워 있거나 하늘을 날아오르기도 한다.


니키 드 생팔, 그녀의 성장기는 전학과 자퇴를 되풀이하는 등 순탄치 않았고, 13살 즈음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엄청난 타격과 상처까지 안게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18세 되던 해부터 탁월한 미모를 바탕으로 유명한 패션 잡지〈 보그 〉 나 〈엘〉 그리고 사진 주간지 〈 라이프〉의 사진 모델을 했던 그녀는 20대 초반에 신경쇠약으로 병원에 입원하는데 이때 내적 치료를 위해 그리기 시작했던 그림이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로부터 8년 만인 1961년, 누보 레알리즘(신사실주의)화파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석고 지지대 위에 여러 잡다한 오브제를 모아놓고 총을 쏴 물감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터트려 흘러내리는 얼룩을 작품으로 선보인 ‘슈팅 페인팅’ 연작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남성 티셔츠를 걸어놓고 머리에 과녁을 설치해 관객들이 직접 다트를 던지도록 한 ‘다트 초상화’나 ‘슈팅 페인팅’ 은 여성에 대해 무책임한 남성들을 상징적으로 죽이는 작업으로 남성에 대한 증오심이 바탕에 깔려있다.

 

“1961년 나는 아빠를 향해 쏘았다. 모든 남자들, 큰 남자들, 작은 남자들, 중요한 인물들, 뚱뚱한 남자, 나의 오빠, 사회, 학교, 수도원, 나의 가족, 나의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나 자신까지도 겨누어 쏘았다.”라고 니키는 회고한다.


가장 사랑받고 싶었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얼룩진 그녀는 결국 조각을 통해 발전하고 치유되어 갔던 것이다.

 

한편 나나 시리즈에서는 생명력으로 터질 듯한 여성의 육체와 밝게 채색된 그로데스크한 조각상이 등장한다. 니키의 대표적인 캐릭터가 된 나나는, 니키가 1992년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 당시 그곳에 소장되어 있던 헨리 마티스의 “lA DANCE(춤)”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들게 되었다.

 

▲      헨리 마티스 “춤”   © 오산시민신문


이렇게 시작된 나나 연작은 우스꽝스럽게 부풀어 오른 가슴과 엉덩이는 화려한 색채로 더욱 강조된다.
니키는 나나 작업을 통해 폭력적인 감정 표현을 서서히 치유해 갔고, 점차 공공적인 영역으로 작업을 옮겨갔다.

 

니키는 우아하면서도 자연스럽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로 춤을 추고 있는 세 여인에게 기쁨과 환희를 나타내는 조형적인 감각을 불어넣어 “미의 세 여인”을 완성한 것이다.


“미의 세 여인”을 구성하고 있는 “Nana(나나)”는 흰색(분홍색), 황색, 검정색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것은 모든 인종을 나타낸다.


이를 통해 인종과 나라를 초월한 화합과 협동, 평화, 생기를 표현하고자 했으며 조각들로부터 뿜어져 나와 서로 교차되는 분수를 통해서 생명력에 대한 찬미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여성의 전통적인 미덕으로 여겨져 오던 날씬한 몸매나 조신한 태도, 우아한 취향 등의 남성 중심의 미의식을 철저히 배격하고 강인한 여성성과 생명의 숭고함을 표현하고자 창작된 나나는 궁극적으로는 성별뿐 아니라 인종과 신분 등 세상의 모든 잣대에서 자유로운 모습이다.

 

나나는 이제 세계 여러 도시에 설치되어서 여성 해방이란 페미니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남자이든 여자이든 모든 관람객에게 고단한 삶으로부터의 해방감과 자유로운 생명력의 에너지를 선물해주는 ‘기쁨의 여신’으로 상징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중과 배려를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 안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위대한 창조적인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니키는 말한다.

15년 동안 과천 코오롱 타워 분수대를 지켜 온 니키 드 생팔의 작품 “미의 세 여인”은 작품 상태에 대한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여 작품 보수가 불가피하여 철수하고 2012년 4월에 자비에 베이앙의 “마차(The Carriage)”로 교체되었다.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이 때, 모든 인종과 성별과 계급을 넘어선 세 여인의 활기차고 생기발랄한 춤을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 경주 코오롱 호텔에 가면 “미의 세 여인”과 같은 형태의 작품을 볼 수 있기는 하다.)

 

▲  박근용 작가  © 오산시민신문

 

 

 

 

 

 

 


박근용 작가는 35년간 중,고등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미술교사이면서 작품을 생산하는 작가의 역할, 이

▲  네팔 스케치 여행 © 오산시민신문

두 가지를 꾸준히 해오고있다. 방학이면 인도,네팔, 티벳,몽골 등 오지를  다니면서 스케치 여행을 하고 이태리 밀라노와 네팔의 카투만두,서울의 인사동  등에서 초대개인전을 열었다. 몇년전부터는 경기도와  네팔의 현대미술가들 사이를 오가며 교류를 주선하는 일도 하고 있다. 1980,90년대에는 컴 아트 그룹의 멤버로 활동하였고 3년 전부터는 오산,화성,수원의 실험미술 작가들 주축멤버인 '매홀'그룹의 일원으로 화성시 형도, 수원 오목천동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영상 설치미술을 선보였다. <박샘의 '어짜다 마주친 미술'>을 통해 35년간 현장에서 미술을 가르친 경험과 여행지에서 만나는 미술을 토대로 미술관 밖 우리가 일상에서 미술에 관심을 갖도록 소통의 통로로 독자들과 만나기를 희망한다. 필자는 "미술은 심오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는 매우 친근한 것이라고."말한다.

 

박근용 작가 master@osannews.net

 
 

 

 

소나타 18/03/21 [08:45] 수정 삭제  
  저도 예전에 과천에서 근무했는데 출.퇴근 무렵 코오롱 봉사 빌딩 앞 분수대에 있던 뚱뚱한 세여인 조각을 기억해요. 비현실적인 몸매야 어떻든 일에 지친 하루를 잊기에 좋은 장소였어요. 특히 봄이나 여름이면 시민들이 분수대 주변에 앉아있거나 아이들이 분수대로 들어가려는 것을 말리는 엄마들의 모습까지. 그곳은 어렵고 무거운 공간이 아니라 참 유쾌하고 신명나는 장소였던 것 같아요. 오늘이 춘분인가요? 봄이 오는 이 때, "미의 세여인'조각이 생각납니다. '니키 드 생팔'에 대해선 잘 알지 못했는데, '박샘'의 설명을 들으니 아픈 성장기를 가졌군요. 요즘'미 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는데, 혹시 그걸 염두에 두고 쓰지는 않으셨는지? 아픔을 딛고 일어나 춤추는 나나 처럼 이 봄을!
제대 군인 18/03/24 [20:53] 수정 삭제  
  길을 지나다가 보면 건물 앞에 놓인 조각 작품들을 만나곤 하는데, 대부분 차갑게 느껴졌지요. 왜냐하면 재직이 브론즈이거나 스테인레스가 주종을 이루기 때문이 아닌지? 형태도 너무 위엄을 갖추거나 아니면 너무 굳어있는 것 같았지요. 니키 드 생팔의 조각처럼 유쾌한 조각이 주변에서 눈네 띄였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삶에 지친 우리에게 잠시나마 웃음을 줄 수 있는 그런 조각말이지요. 박샘이 다음엔 어떤 작품을 소개해 주실지 벌써 궁금합니다.
다전 18/03/25 [08:39] 수정 삭제  
  며칠 전 꽃샘 추위도 지나가고 이젠 제발 좀 활기찬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있다. 이 때, 니키 드 생팔의 작품 “미의 세 여인”과 함께 봄 맞이 춤 판이라도 벌린다면 내일이라도 곧 벗꽃이 만발하고 집에 누워계시던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두 나오 셔서 따뜻한 봄 양지속에 기온을 느끼며 삶의 재채기라도 하실듯하다.~~~
DONO 18/03/25 [08:50] 수정 삭제  
  베스킨 로빈스31에 가면 슈팅스타라는 톡 쏘는 달콤함을 특징으로 물감을 마구 썩어놓은 듯한 옆 친구들과 비교해 보면 좀 지저분하게 생긴 ice cream이 있는데 기분이 꿀꿀할때 가서 먹어보면 스트레스 완하에 도움이 되는데 프랑스의 여류 조각가 니키 드 생팔의 슈팅 채색 기법이 그녀의 잠재의식속에 상처로 연민으로 슬픔으로 남아 있는 것들을 세상으로 쏟아 버리려는 몸부림이 아직 더디오는 봄 속에 나를 자극하고 너도 한 번 나가서 세상에 뿜어 보며 살라고 격려하는듯하다..
박샘 18/03/25 [09:31] 수정 삭제  
  고마운 애독자이신 도노님의 비유. 베스킨 라빈스의 톡톡 입안에서 터지는 '슈팅 스타'아이스크림과의 연상 비유.참 재미있고 창의적인 비유라는 놀라움. 어쩌면 아이스크림 개발자도 니키의 "슈팅 페인팅'에서 영감을 얻었는지도 모르죠.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니키가 유명해지자 프랑스의 와인병 디자인에도 니키의 드로잉이 깔렸다는 얘기. 또, 좀 다른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여담으로 들어주시길. 니키의 총을 쏴서 물감이 터져 흘러나오는 것에 대한 쾌감이나, 도노님의 입안에서 터지는 아이스크림 알갱이의 터집이나, 야구연습장에 가서 날아오는 야구공을 한번 때려보면, 일단은 스트레스가 좀 날아갈거란 생각. 이 세상의 모든 스트레스여! 미세먼지와 함께 날아가라, 뿅!
소나타 18/03/27 [10:41] 수정 삭제  
  우리 오산에도 역 근처 등 사람들이 많이 통행하는 장소에 저런 경쾌한 조각 작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꼭 저렇지는 않더라도 오산 하면 떠오르는 상징물 같은 것! 어는 도시든 그곳을 생각할 때는 그곳만의 독특한 자연환경이나 건축물, 유서깊은 장소 또는 조형물같은 것이 떠오르는 법. 그저그런 고만고만한 형상이나 이미지말고 눈에 확 띄면서도 잊지못할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그런 조형물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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