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세요 27] 아이들에게 공부는 권리다

이연주 | 입력 : 2015/01/09 [02:00]

얼마 전 신문에서 기사 하나를 보고 며칠동안 속이 울렁거렸다. 지난 3년 간 우리나라 초,중, 고 자살현황을 정리한 기사이다. 야당 국회의원의 조사내용을 모 신문사에서 정리 발표한 것인데 내심 잘못된 통계이길 바랬다. 3일에 한명 꼴로 스스로 목숨을 놓았고, 그 원인 중 1위가 가정불화라고 한다. 특히 상급학교로 갈수록 비율이 높아지는데 이 때 성적비관이유의 비율도 높아진다.

 

우리 아이들이 언제부터인가 맹목적으로 공부에 몰입하게 되었다. 대학을 가면 세상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양 아이들을 속인 채 공부 외의 세상을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정말 공부만 하다가 좋은 대학을 가면 모든 게 해결되나?


《토끼 탈출》(이호백 저/재미마주)이라는 그림책을 중학생들과 읽었던 것이 생각났다. 28페이지 정도에 한 페이지 당 2줄 정도 글이 있는 아주 짧은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은 유치원 친구들도 좋아한다. 사실 인터넷서점에서는 이 그림책을 4~7세 권장으로 보고 있다. 주인공 토끼가 유아 친구들이 좋아하게 아기자기 그려져 있다. 처음에 상자에 가만히 앉아있던 작은 토끼는 커갈수록 엄마가 만들어 놓은 튼튼한 우리를 뛰쳐나온다. 그럴수록 토끼를 가두는 우리는 더욱 튼튼해지고, 토끼는 우리를 벗어나기 위해 공부를 한다. 결국 학원에 갇히게 된 토끼, 하지만 학원에서도 탈출한 토끼는 어딘가를 향해 뛰어간다. 그런데 가만 이야기를 다시 살펴보면 이 토끼의 행동은 유아 친구들이 하는 행동이 아니다. 중학생 친구들과 함께 읽어봤다. 신기하게도 그 친구들도 이 그림책을 즐겁게 봤다. 하지만 관점이 달랐다.

 

토끼가 마루와 화장실을 어질러 놓는다고 엄마가 투덜댈 때 중학생들은,

 

“에이, 토끼는 열심히 그림 그리고 있구만. 우리 엄마랑 똑같아. 물어보지도 않고 야단쳐.”

 

토끼가 힘을 길러 튼튼한 철창을 번쩍 들고 나올 때 중학생들은,      

 

“그렇지, 이젠 엄마도 토끼를 못 잡겠네.”

 

엄마가 결국 토끼를 수학학원에 보냈을 때 중학생들은,

 

“토끼도 결국 저렇게 되는구나.”

 

마지막 토끼가 학원에서 탈출하여 뛰어가는 장면에선 중학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유아 친구들은 토끼가 탈출하는 방법을 재미있게 봤지만, 좀 더 커서 토끼와 같은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토끼의 탈출 자체에 공감을 하고 즐거워했다. 이 활동경험은 필자가 강의를 할 때도 학부모들에게 그림책과 함께 들려주며 이야기를 나눈다. 학부모들은 토끼를 가두는 엄마의 행동에 부끄러워하며 탈출하는 토끼에게 공감한다. 작가의 의도가 그러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유쾌하기만 할 것 같은 이 그림책이 필자의 마음에 무겁게 가라앉은 건 그 친구들과 만난 이후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기사를 봤을 때 그림책과 그 친구들이 다시 떠올랐다.

 

토끼는 우리에서 탈출하기 위해 똑똑해졌다. 그래서 탈출 후 무엇인가에 열중하는 토끼의 표정이 즐겁다. 우리 아이들은 왜 공부를 하는지 알고 있을까? 우리는 세상을 살기 위해 공부를 한다.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아이들의 권리다. 아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즐겁게 누렸으면 좋겠다.

 

▲ 이연주     ©오산시민신문

 

 

 

 

 

 

이연주

어린이도서연구회 오산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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